208 나옹록
무위(無爲)
동서남북이 텅 비어 트였으니
하는 일마다 모두 다 공(空)이로구나
다하여 없어졌는데 누가 헤아릴 수 있으리
꼿꼿하고 드높게 고풍을 날린다.
담연(湛然)
바닥까지 맑고 맑아 한없이 차가워서
서쪽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움직이기 어렵더니
깊고 넓고 또 먼데 가을달을 머금으매
흙무더기와 진흙덩이도 모두 다 기뻐하네.
환산(幻山)
하늘 끝에 줄지어 있어도 바탕은 실로 비었나니
기묘한 묏부리들은 지극히 영롱하다
바라볼 때는 있는 듯하나 잡을 수가 없으니
그 꼭대기에는 원래 통하는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