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8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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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나옹록


                 무위(無爲)



               동서남북이 텅 비어 트였으니
               하는 일마다 모두 다 공(空)이로구나
               다하여 없어졌는데 누가 헤아릴 수 있으리

               꼿꼿하고 드높게 고풍을 날린다.





                 담연(湛然)



               바닥까지 맑고 맑아 한없이 차가워서
               서쪽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움직이기 어렵더니

               깊고 넓고 또 먼데 가을달을 머금으매
               흙무더기와 진흙덩이도 모두 다 기뻐하네.





                 환산(幻山)



               하늘 끝에 줄지어 있어도 바탕은 실로 비었나니
               기묘한 묏부리들은 지극히 영롱하다

               바라볼 때는 있는 듯하나 잡을 수가 없으니
               그 꼭대기에는 원래 통하는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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