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1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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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송 211
성암(省菴)
갑자기 잘못됨을 알고 이제 문득 깨쳤나니
여섯 창에 차가운 달이 다시금 분명하다
지금부터는 티끌 생각을 따라가지 않으리라
네 벽이 영롱하여 안팎이 모두 맑다.
곡계(谷磎)
그윽하고 넓고 먼 그곳을 누가 일찍이 보았던가
냉랭한 한 줄기가 사시사철 차갑구나
만 골짝 가을하늘에 빛나는 별과 달은
언제나 흐르는 물을 따라 그 속에 떨어진다.
본적(本寂)
겁겁(劫劫)에 당당하여 바탕 자체가 공(空)하건만
가만히 사물에 응하면 그 자리에서 통하네
원래 한 점도 찾을 곳이 없건만
온 세계도 옛 주인을 감추기 어려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