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9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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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송 249
고선자(孤禪者)가 게송을 청하다
진심(眞心)이 본래 호젓한 것임을 깨닫고 나면
거닐거나 앉거나 눕기가 많은 길이 아니다
그때 단박 물결 속에 달을 밟으면
비로소 부질없는 이름이 오호(五湖)에 가득하리.
당 도원(唐道元)이 게송을 청하다
참선은 다만 의심덩이를 일으키는 데 있나니
끊임없이 의심하여 불덩이처럼 되면
모르는 사이에 온몸을 모두 놓아버리고
항하수 모래 같은 대천세계가 한 터럭 끝만 하리라.
철선자(徹禪者)가 게송을 청하다
모든 인연 다 놓아버리고 철저히 공(空)이 되면
거닐거나 앉거나 눕거나 그 모두 주인공이다
단박 산을 뒤엎고 물을 다 쏟아 버리면
칼숲지옥 칼산지옥에서도 빠져나올 길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