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8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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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나옹록


                 세상을 경계함․5수



               1.
               백 년이래야 그저 잠깐 동안이거니
               광음(光陰)을 등한히 생각하지 말라

               힘써 수행하면 성불하기 쉽지만
               지금에 잘못되면 헤어나기 어려우리

               죽음이 갑자기 닥치면 누구를 시켜 대신하랴
               빚이 있으면 원래 스스로 갚아야 하거늘
               염라 늙은이의 신문을 받지 않으려거든

               모름지기 바로 조사의 관문을 뚫어야 하리
               동쪽에서 해가 뜨면 달은 서쪽으로 지는데

               나고 죽는 인간의 일은 일정치 않네
               입 속 세 치 혀의 기운을 토하다가
               산꼭대기에서 한 무더기의 흙만을 덮을 뿐이네
               티끌 인연이 시끄러운데 누가 먼저 깨달을까

               업식(業識)이 아득하여 길은 더욱 어두워라
               기어코 윤회를 벗으려면 다른 방법 없나니

               조사님네들의 공안(公案)을 잘 참구하여라.


               2.

               추위와 더위가 사람들을 재촉해 세월이 흐르나니
               기쁨은 얼마이고 근심은 또한 얼마였던가

               마침내 흰 뼈다귀 되어 푸른 풀에 쌓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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