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2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P. 292
292 나옹록
오대산(五臺山)중대(中臺)에 제(題)함
지팡이 짚고 한가히 노닐면서 묘봉(妙峯)에 오르나니
성현의 끼친 자취가 본래 공하지 않구나
신비한 천연의 경계가 막힘이 없어
만 골짝 솔바람이 날마다 지나가네.
동해(東海)의 보타굴(寶陀窟)에 제(題)함
원통(原通)의 그 경계를 뉘라서 알 건가
예나 이제나 처음부터 끊일 틈 없이
큰 바다의 조수가 뒤치며 밀려와 굴에 가득 차나니
범음(梵音)은 현묘한 이치를 열어 보이네.
‘소리는 소리 아니고 빛깔은 빛깔 아님
[聲不是聲色不是色]’을 송(頌)함
소리와 빛깔이 원래 제자리에 머무르거니
빛깔[色體]을 소리라고 생각하지 말라
버드나무에 꾀꼬리 울고 꽃은 피어 웃을 때
신령한 광명이 곳곳에 밝음을 비로소 믿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