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0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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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나옹록
강남(江南)의 구리송(九里松)에 제(題)함
10리는 연꽃이요 9리는 소나무인데
산에 있고 물에 있어 그것이 같지 않구나
그 중간의 바람과 달은 산도 물도 아니지만
땅을 비추고 하늘을 열어제쳐 공겁까지 가도다.
소요굴(逍遙窟)의 천연석 나한에 제(題)함
자유로이 소요(逍遙)하며 몇 겁을 지났던고
깊은 산 석굴에서 공(空)을 관하기 좋아한다
권하노니 그대는 빨리 머리 돌이켜
최상의 문중에서 단박 도를 깨쳐라.
이엄존자(利嚴尊者)의 탑에 제(題)함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의심을 풀었나니
지금까지 당한(唐漢)에는 남겨진 자취 있어
내가 와서 탑에 예배함은 다른 뜻이 아니라
다만 이 삼한(三韓)에 조사의 도풍을 떨치기 위해서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