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9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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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제존자 삼종가 319


                봄꽃이나 가을달이 똑같이 싸늘하리.





            그때를 놓쳤으니
                어느덧 머리에는 눈서리 올랐는데
                세상의 탐욕은 늙는 줄 모르지만
                늙거나 젊거나 죽는 일은 먼저와 나중이 없네.

            가장 좋은 시절이라
                평생에 사람으로 태어나기는 참으로 드물거니
                종자 심고 도를 닦되 미진한 구석 없게 하고

                한가히 노닐면서 좋은 시절 잃지 말라.
            이리저리 허덕이며 바람 따라 나는구나

                힘쓰고 애태우며 오욕에 미혹되네
                빛깔과 소리를 탐해 벌이 술잔에 떨어지듯
                몸과 목숨 잃는 것 부처님이 슬퍼하네.

            지금 빨리 머리를 돌이키기를 그대에게 권하노니
                삼계는 편치 않거니 왜 그리 오래 머무르는가
                빨리 윤회의 화택 속에서 나와
                열반의 참 즐거움에 언제까지나 살아라.

            진공(眞空)을 굳게 밟고 바른 길에 돌아가라
                진공의 바른 길로 돌아가기 어렵나니
                고금의 납자들은 어떤 것을 의지했던가
                지금부터는 조계(曹溪)의 한마디에 의지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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