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2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P. 322
322 나옹록
망령되이 허덕거려 번뇌가 새로운데
번뇌와 보리가 하나임을 알 때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공겁(空劫)의 몸이리라.
곳곳에서 혼미하여 허망한 티끌 뒤집어써서
어리석음과 애욕으로 자기 몸 괴롭히는 줄 알지 못하네
사람마다 물욕으로 사랑과 미움 생기거니
무슨 일로 지금에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려 하는가.
머리뼈가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흩어졌는데
본래의 그 면목은 어디 있다 하겠는가
어찌하여 불조(佛祖)는 자취를 감췄는가
눈만 뜨면 모두가 본래 주인인 것을.
어디서 참사람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
청정 본연이 참 법신인데
모두 비어 한 물건도 없다고 말하지 말라
삼라만상이 다 본래 그 사람이네.
나기 전에 전생의 인(因)이 잘못되어
엄연한 전생에 수행하지 않은 사람
잘못된 그 과보가 엄연히 이 생에 있나니
이 생에 닦지 않는 사람 후생에 괴로우리.
죽은 뒤에
금생에 잘못 지은 연(緣)은
선업이나 악업의 인은 먼저와 나중이 없으니
부디 금생에 악업을 짓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