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4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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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나옹록
집착하고 집착하면서 전연 깨닫지 못하다가
집착함이 어째서 잘못인 줄 알지 못하나니
마치 경솔한 부나비가 불을 탐하고
꽃술 찾는 벌이 향기와 맛에 집착하는 것 같네.
갑작스런 외마디소리에 후딱 몸을 뒤집으면
지금까지의 허깨비는 바로 빈 몸이었네
본래의 면목은 어디에서 오는가
물건마다 일마다 새롭고 또 새롭네.
눈에 가득한 허공이 흩어져 버리면
여여해서 흔들리지 않는 무위(無爲)의 즐거움
원래부터 심법이 그러하여
눈에 가득한 허공이 다 흩어지누나.
혹은 그르다 하여
좋지 않은 마음이 생겨 눈썹을 찌푸리고
갑자기 나쁜 말로 그를 나무라노니
그런 사람은 원래 선(善)이 아주 적었으리.
혹은 옳다 하여
애정과 탐욕의 마음을 자주 일으켰다가
이별하는 고통 속에 빠져 있나니
삼현십성도 구제하기 어렵네.
시비의 구덩이 속에서 항상 기뻐하고 근심하다가
좋다 기뻐하고 싫다 근심하는 것이 어찌 다르랴
눈썹을 치켜 뜨고 자세히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