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2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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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나옹록


                어부는 저물어 와서 모래 언덕에 배를 대네.





            어긋남도 그것이요
                산은 산이라
                조각조각 흰구름은 앞산을 지나가네
                솔솔 부는 맑은 바람은 소나무에 걸리고
                재승(齋僧)은 연기 나는 절을 한가히 오고 가네.

            바름도 그것이라
                물은 물이라

                침대머리의 폭포는 잔잔한 물소리
                문 밖에는 푸른 산,반은 푸른 하늘인데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수고로이 입을 열어 미타염불 할 것 없네
                한 걸음도 옮기지 않는 거기가 바로 네 집인데
                무엇 하러 사방을 향해 입을 열어 염불하랴
                무심한 그 자리가 모두 어긋나지 않는데.

            집착하고 집착하면서 집착하지 않으면
                적멸(寂滅)한 성품 가운데서 무엇에 집착하랴
                만물을 내는 봄도 그와 같아서
                만물을 내면서도 집착하지 않거니.

            세간에 있어도 자유로우니 그가 바로 보살이라
                소리 듣고 빛깔 보는 것 다른 물건 아니다

                일마다 물건마다에 주인이라 이름하나니
                물건마다 일마다가 곧 보살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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