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4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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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나옹록


            갑자기 스스로 온다
                무엇이 갔다 오는가
                경전에는 ‘감도 없고 옴도 없다’하였거니
                분명한 부처님 말씀을 헤아리려 하지 말라
                가까운 것도 아니요 먼 것도 아니며 가고 오는 것도 아니네.

            잠시 서천에 갔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돌아옴이여
                발로는 가서 바로 돌아올 수 없는 것인데
                큰 법은 원래 얻을 수 없다지만
                봄바람에 복숭아꽃 오얏꽃은 곳곳에 피어 있네.

            놓아버리면 허공도 옷 안에 드는데

                허공은 안도 없고 바깥도 없네
                비로자나의 한 몸을 어떻게 말할까
                봄이 온들,만물들 무슨 뜻이 있는가.

            거둬들이면 작은 티끌보다 쪼개기 어렵다
                털끝만큼도 허락하지 않아 실로 쪼개기 어렵고
                백천만의 입으로도 분명히 말하기 어렵거니
                여기서 찾지 못하면 어디서 얻어 오리.





            헤아릴 수 없어라
                영롱한 그 성품이여
                만법을 내는 그 바탕 뚜렷하고 텅 비었다
                끝도 없고 처음도 없으며 늘고 주는 것도 없이

                홀로 빛나는 신령한 광명은 고금을 통해 있네

            견고한 그 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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