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3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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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제존자 삼종가 333
이 마음구슬은
분명하고 똑똑히 모든 물건에 따르지만
그 자체는 허공과 같아 안도 바깥도 아니어서
거짓으로 마음구슬이라 이름하였네.
붙잡기 어려우니
영롱한 그 정체를 누가 붙잡을 수 있으리
멀고 먼 겁 동안을 홀로 높고 둥근데
범부도 성인도 아득하여 헤아리기 어려워라.
둥글둥글 돌아가고 영롱하니 붙잡기 어려움이여
영롱한 그 정체를 누가 얻을 수 있으랴만
그 가운데서 깜깜한 공[頑空]에 집착 말라
버들은 푸르고 복숭아꽃은 붉은데 오얏꽃은 왜 흰가.
형상도 없으면서 형상을 나타내고
경계와 마음이 둘이 아닌데 경계와 마음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경계가 고요하고 마음이 비면
허깨비처럼 텅 빈 데서 묘함이 절로 밝네.
가고 옴에 자취 없어 헤아릴 수 없구나
이리저리 자재함을 누가 알 수 있으리
아득한 겁 동안을 홀로 높고 허공처럼 평등하거니
이 도는 무심이라야 비로소 얻느니라.
쫓아가지도 못하는데
애써 찾지 말지니라
마음 두고 있는 이 그 누구인가
누가 가고 누가 찾기에 쫓아가지 못하는가
앞도 없고 뒤도 없어 더더욱 아득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