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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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 장 37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두루 찾아뵙고 마지막으로 미륵을 뵈
            었을 때,미륵이 손가락을 한 번 퉁기매 문이 열리자 선재는 곧

            들어갔다.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안팎이 없다 하는가?”
               스님은 시자를 통해 대답하였다.
               “그때의 선재는 여기에 오지 않았습니다.”

               시자가 그대로 전하니 지공스님이 말하였다.
               “이 중은 고려의 노비다.”



               하루는 지공스님이 말하였다.
               “그대는 보경사(普慶寺)를 보는가?”
               “ 벌써부터 보았습니다.”

               “ 문수와 보현이 거기 있던가?”
               “ 잘 있습니다.”

               “ 무슨 말을 하던가?”
               “ 그런 말을 합디다.”
               “ 차를 마시고 가거라.”



               그 뒤 어느 날 스님은 게송을 지어 지공스님에게 올렸다.



                 미혹하면 산이나 강이 경계가 되고
                 깨치면 티끌마다 그대로가 온몸이네
                 미혹과 깨침을 모두 다 쳐부수었나니
                 닭은 아침마다 오경(五更)에 홰치네.
                 迷則山河爲所境 悟來塵塵是全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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