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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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나옹록
“서천의 지공스님을 보고 왔습니다.”
“ 지공은 날마다 무슨 일을 하던가?”
“ 지공스님은 날마다 천검(千劍)을 씁니다.”
“ 지공의 천검은 그만두고 그대의 일검(一劍)을 가져오라.”
스님이 대뜸 좌복으로 평산스님을 후려치니 평산스님은 선상에
거꾸러지면서 크게 외쳤다.
“이 도적놈이 나를 죽인다!”
스님은 곧 붙들어 일으켜 주면서 말하였다.
“내 칼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살리기도 합니다.”
평산스님은 ‘하하’크게 웃고는 곧 스님의 손을 잡고 방장실로
돌아가 차를 권했다.그리하여 몇 달을 묵게 되었다.
어느 날 평산스님이 손수 글을 적어 주었다.
“삼한(三韓)의 혜근 수좌가 이 노승을 찾아왔는데,그가 하는
말이나 토하는 기운을 보면 불조(佛祖)와 걸맞다.종안(宗眼)은 분
명하고 견처(見處)는 아주 높으며 말속에는 메아리가 있고 글귀마
다 칼날을 감추었다.여기 설암스님이 전한 급암 스승님[先師]의
법의 한 벌과 불자 하나를 주어 믿음을 표한다.”
뒤이어서 게송을 지어 주었다.
법의와 불자를 지금 맡기노니
돌 가운데서 집어낸 티없는 옥일러라
계율의 근(根)이 깨끗해 보리(菩提)얻었고
선정과 지혜의 광명을 모두 갖추었네.
拂子法衣今付囑 石中取出無瑕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