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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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 장 47
공중에서 고담 노인네가 불쑥 튀어나왔나니
삼척의 취모검을 높이 쳐들고
정령(精靈)들 모두 베어 자취 없앴네.
臨濟一宗當落地 空中突出古潭翁
把將三尺吹毛劍 斬盡精靈永沒蹤
고담스님은 백지 한 장으로 답하였는데,겉봉에는 ‘군자천리동
풍(君子千里同風)’이라고 여섯 자를 썼다.스님은 받아 보고 웃으
면서 던져 버렸다.시자가 주워 뜯어보았더니 그것은 빈 종이였
다.스님은 붓과 먹 두 가지로 답하였다.
신축년(1361)겨울에 임금은 내첨사 방절(方節)을 보내 내승마
(內乘馬)로 스님을 성안으로 맞아들여,10월 15일에 궁중으로 들어
갔다.예를 마치고 마음의 요체에 대해 법문을 청하니,스님은 두
루 설법한 뒤에 게송 두 구를 지어 올렸다.*임금은 감탄하면서,
13)
“이름을 듣는 것이 직접 보는 것만은 못하다”하시고 만수가사와
수정불자를 내리셨다.공주도 마노불자를 보시하고,태후는 친히
보시를 내리셨다.그리고 신광사(神光寺)에 머무르기를 청하니 스
님은 “산승은 다만 산에 돌아가 온 마음으로 임금을 위해 축원하
고자 하오니 성군의 자비를 바라나이다”하면서 사양하였다.
임금은 “그렇다면 나도 불법에서 물러가리라”하시고 곧 가까
운 신하 김중원(金仲元)을 보내 가는 길을 돕게 하였다.스님은 할
수 없어 그 달 20일에 신광사로 갔다.*
14)
11 월에 홍건적이 갑자기 쳐들어와 도성이 모두 피난하였으나,
*게송은 어록에 있다.【원문 주】
*이것은 어록에 나온다.【원문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