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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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인천보감


            어찌할 바를 몰라하니 한산이 말하기를,“영산회상에서 헤어진 뒤
            다섯 생에 인간의 주인이 되어 오니 지금은 옛 일을 다 잊었구나”

            라고 하였다.
               그 후 백장(百丈)선사를 찾아갔다.하루는 모시고 있던 차에 백
            장선사가 화로 속에 불이 있는지 뒤적여 보라고 하자 화로 속을

            뒤적여 보고는 불이 없다고 하였다.백장선사가 몸소 일어나 깊숙
            이 뒤적여 조그마한 불덩어리를 꺼내 보이니 선사는 여기서 깨달
            았다.절을 하고 깨달은 바를 말씀드리니 백장선사가 말하였다.

               “그것은 잠시 나타나는 단계일 뿐이다.경에 말하지 않았던가.
            불성을 보고자 한다면 시절인연을 살펴야 한다고.시절이 이르면
            마치 미망에서 홀연히 깨어난 듯하고 잊었던 것을 문득 기억해

            내는 것과 같아서 비로소 자기 물건일 줄을 깨달아 다른 데서 찾
            지 않는다.”그리고는 선사에게 전좌(典座)소임을 맡겼다.

               그때 사마두타(司馬頭陀)가 호남(湖南)에서 찾아와 백장선사에
            게 말하였다.
               “장사(長沙)서북쪽에 있는 산꼭대기는 터가 좋아서 천 명 대중

            은 살 만합니다.”
               “ 내가 그곳에 가면 어떻겠소?”

               “ 스님은 골인(骨人)인데 그곳은 육산(肉山)이니 알맞은 곳이 아
            닙니다.”
               “ 제일좌(第一座)가 가면 되겠는가?”

               “ 아닙니다.”
               “ 전좌는 어떻소?”
               “ 그 사람이야말로 위산(潙山)의 주인입니다.그곳에 가서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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