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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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내면서 오직 공부가 잘 되지 않을까만을 걱정하였다.한번 동산
(東山)에 자리잡고는 24년 동안 그곳에 있었는데 동산,서산 두 산
의 학인들이 와서 논변해 보았으나 아무도 당할 자가 없었다.
법사는 늘 후학들이 명상(名相)의 굴레 속에 갇히고 책 속에 달
라붙어 심지어는 한 종파의 경전만을 받아들여 문자학을 일삼으
면서 다른 종파는 업신여겨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음을 근심하였
다.그리하여 문도들에게 이렇게 당부하면서 격려하였다.“우리
부처님께서 ‘이것이야말로 참다운 정진이다’하신 말씀을 어째서
생각지 않느냐.이 한 구절에 깨달음의 기연이 있는데 어째서 직
접 맞닥뜨려 보지 않느냐?”
그 후 왕명으로 상축사(上竺寺)에 주지하게 되었는데 당시 재
상이었던 진공(秦公)이 묻기를 “지(止)와 관(觀)은 같은 법입니까,
다른 법입니까?”하니 법사가 대답하였다.
“같은 법입니다.이것을 물에 비유하면 조용하고 맑은 것은 지
(止)이고,수염과 머리카락을 비춰 볼 수 있는 것은 관(觀)인데 물
은 하나인 것과 같습니다.또한 군대와 같아서 부득이할 때만 쓰
는 것이니 어둡고 산란한 중생들의 중병을 ‘지관’이란 약으로 그
심성을 고쳐 내서 온전한 바탕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법계
에는 고요함[寂然]을 지(止)라 하고,고요하면서 항상 비춤[照]을
관(觀)이라 합니다.그러니 오로지 지(止)할 바를 고집한다면 어디
서 관(觀)할 바를 찾겠습니까?마치 공께서 허리띠를 드리우고 홀
을 단정히 들고서 묘당에 앉아 있을 때,군대를 움직이지 않아도
천하를 흥하게 할 수 있으니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자 공은 “법사가 아니었던들 어떻게 불법의 묘한 도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