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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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끊어 향을 대신하고 주렴을 걷어올려 달빛을 받았다.달이 지
            면 소나무 잣나무에 불을 붙여 밝혔으며 그것도 떨어지면 밤나무

            로 이어갔다.
               그렇게 열나흘이 지나 법화경을 외우다가 약왕품(藥王品)에서
            “모든 부처가 함께 칭찬하되 이야말로 참된 정진이요,이야말로

            참된 법이니 이것을 여래께 공양드리는 길이라 한다”한 구절에
            서 심신이 툭 트였다.계속 정에 들어 고요한 가운데 관조해 보니
            마치 높이 뜬 해가 깊숙한 골짜기를 비추듯 법화를 깨닫고 맑은

            바람이 허공에 노닐듯 모든 법상(法相)을 통달했다.그리하여 체험
            한 것을 혜사선사께 아뢰니 혜사선사는 다시 자기가 깨달은 바와
            스승에게서 받은 것을 말해 주고 나흘 밤을 정진케 하였는데,그

            때 정진한 공은 백 년 정진한 것보다 나았다.혜사선사는 이렇게
            감탄하였다.

               “그대가 아니면 증득할 수 없고 내가 아니면 알아볼 수도 없었
            을 것이다.그대가 들었던 정(定)은 법화삼매(法華三昧)전에 나타
            나는 방편이며,나타나 지속된 것은 법화의 선다라니(旋陀羅尼:假

            有를 돌려 空으로 들어가는 대지혜로서 法華 六卽位 중 제5위)이다.
            설령 문자법사 천만 명이 그대의 논변을 따르려 해도 안 될 것이

            니 설법하는 사람 중에 그대가 제일이다.”
               그 후 의동대장군(儀同大將軍)인 심군리(沈君理)의 청으로 와관
            사(瓦官寺)에 주지하였는데 얼마 안 되어 사임하며 문도를 심군리

            에게 보내 말하였다.
               “제가 예전 남악선사 회상에 있다가 처음 강동(江東)으로 건너
            왔을 때 법의 거울은 더욱 맑았고 마음 거문고는 자주 울렸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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