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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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제(隋煬帝)가 사람을 보내 스님을 석성(石城)으로 오게 하
였으나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내 명이 여기에 있는 줄을 안다.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것도 없이 도끼를 주워 들고 오늘 인연줄을 끊어 버리겠
다.”
그리고는 무량수 염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말하였다.
“정토를 장엄하는 아미타불의 48원과 꽃 연못 보배나무에 머무
르기는 쉬우나 사람이 없다.지옥의 불덩이 수레를 눈앞에 보고
참회할 수 있는 사람이면 그래도 극락에 가서 날 수 있는데 하물
며 계율과 지혜를 닦은 사람이겠는가.그들은 늘 도를 닦아 온 수
행력이 있으므로 결실이 헛되지 않으며 부처님의 음성과 모습은
진실로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이때 지랑(智朗)스님이 청하였다.
“선사께서는 어느 지위에 이르셨으며,이렇게 세상을 떠나시면
어디에 가서 나십니까?또 저희들은 누구를 종사로 삼아야 합니
까?”
“ 내가 대중을 거느리지 않았다면 반드시 6근청정위(六根淸淨位
:원교 六卽의 계위 중 相似卽位에 해당하며,눈․코․귀 등의 6근이
청정함을 얻는 지위)를 얻었을 것이나 남을 위하느라 내가 손해를
보아 5품위(五品位)에 머물렀다.그대가 어느 곳에 나느냐고 물었
는데 나의 모든 스승과 도반들이 관음보살을 시종하고 있으니 그
들이 와서 나를 맞아갈 것이다.누구를 종사로 삼아야 하느냐고
물었는데,듣지 못했는가?‘계율[波羅提木叉]이 그대의 스승이며 4
종삼매(四種三昧)가 그대들의 밝은 길잡이니 그대들의 무거운 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