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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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룡포 소맷자락을 떨쳐 여니 온몸이 드러난다.”
               “ 스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코끼리 가는 곳에 여우 자취 끊겼다.”
               선사는 마침내 크게 깨닫고 “만고에 푸른 못과 빈 하늘에 뜬
            달은 두번 세번 애써 걸러내서야 알 수 있다”하고는 절을 올리고

            대중에게 돌아갔다.당시 섭현 귀성(葉縣歸省)선사가 그곳에 수좌
            로 있었는데 선사에게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갑자기 그렇게 자신
            만만하냐고 물으니 “이곳이 바로 내가 신명을 놓을 곳이다”라고

            하였다.
               그 후 장사 태수(長沙太守)장공(張公)이 네 곳의 큰절 중에 어
            느 곳이나 마음대로 택해서 주지를 해달라고 청했으나 선사는

            “나는 오래도록 죽이나 먹고 밥이나 먹는 중일 뿐인데,부처님의
            마음 종지를 전하는 일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라고 하였다.이렇

            게 모두 여덟 차례를 청했으나 고집스럽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 후에 태자원(太子院)으로 맞이하려 하니 선사는 산문을 굳
            게 닫고 높이 누워 버렸다.석문 온총(石門蘊聰)선사가 문을 밀어

            제치고 들어가서는 비난하기를 “불법은 큰 일이고 조용히 물러나
            있는 일은 작은 지조인데 그대는 불법을 짊어질 만한 힘이 있거

            늘 지금이 어느 때라고 편안하게 잠만 자려 하시오!”하니 선사는
            벌떡 일어나면서 “그대가 아니면 이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오.빨
            리 가서 여법하게 준비해 두시오.내 곧 가리다”라고 하였다.그

            곳에 도착하고 나서는 한번 선상에 앉아 30년 동안 그림자가 산


            *마조스님이 상당하였을 때 백장스님이 앞으로 나가 자리를 말아서 거두자 마
              조스님은 곧 법좌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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