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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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인천보감
을 캐 오라 하고 조그만 초막을 꾸며 놓았다.그 안에 아름다운
부인이 있다가 여동빈을 맞으면서 “지아비가 죽은 지 오래되었는
데 이제 그대를 만났으니 나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하고는 손
을 잡으며 가까이 오려 하였다.여동빈은 여자를 밀어 제치면서
“가죽푸대로 나를 더럽히지 말라”고 하였는데,말이 끝나자 여자
는 보이지 않고 종리권이 그곳에 있었다.
이에 종리권이 금단술(金丹術)과 천선검법(天仙劍法)을 전수하
니 드디어 아무 걸림 없이 다니는 경계를 얻고 시를 지었다.
아침에는 남월(南越)땅에 갔다가
저녁에는 창오(蒼梧)들녘에 노니네
소매 속의 푸른 뱀
날아오르는 기운이 으스스한데
사흘 동안 악양루에 있어도
알아보는 이 없어서
소리 높이 읊조리며
동정호를 날아 지나갔도다.
朝遊南越暮蒼梧 袖裏靑蛇膽氣麤
三日岳陽人不識 朗吟飛過洞庭湖
한번은 용아(龍牙居遁:835~923)스님을 찾아뵙고 불법의 큰
뜻을 물었는데 용아스님이 게송을 지어 주었다.
어찌하여 아침시름이 저녁시름에 이어지는가
젊어서 공부 안 하면 늙어서 부끄러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