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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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서 나무열매를 따먹고 개울물을 마시며 종일 꼿꼿하게 앉아 좌
선하였다.
그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두 산신이 나타나 말하였다.
“앞으로 대중이 많아지면 이 제자는 살 곳이 불편할 것이니 거
처를 옮겨야 하겠습니다.”
밤이 되자 바람과 우레가 크게 일더니 산신당이 30리 바깥 도
전(堵田)으로 옮겨가고 옛 산신상과 큰 소나무들도 모두 그곳으로
옮겨갔다.무창(武昌)3년 여름 4월의 일이었다.
한번은 외국 승려[異域僧]가 하늘을 날아오는 감응이 있었는데
그가 말하기를,“특별히 문수보살을 친견하러 동쪽나라에 왔다가
오늘 뜻밖에도 작은 석가[小釋迦]를 만났다”라고 하였고,이로부
터 위산스님과 앙산스님의 종풍이 크게 세상에 떨쳤다.
선사가 입적하려 할 때 산신이 찾아와 남길 말씀이 있느냐고
물으니 선사가 말하였다.
“내 몸은 허깨비나 물거품 같아서 인연 따라 일어났다 사라질
뿐이다.올 때도 아무것도 없었는데 갈 때인들 더 무엇을 구하겠
는가?”
“ 모든 부처님이 입멸하실 때 천룡(天龍)이 나타나 남기실 말씀
을 청했습니다.저도 이를 어기지 않게 해주십시오.”
선사는 법통을 얻은 스승 위산 영우(潙山靈祐)선사의 기일(忌
日)이 정월 8일이니 재를 지내 달라고 부탁하였다.그리하여 지금
까지도 사람들이 감히 그 날을 어기지 못하고 있다. 사기(寺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