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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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가장 모진 병/회암 미광(晦庵彌光)선사
회암 미광(晦庵彌光:?~1155)선사는 민현(閩縣)장락(長樂)사
람이다.영남으로 나와서 원오 극근(圓悟克勤:1063~1135,임제종
양기파),불심 본재(佛心本才:임제종 황룡파)등 큰스님들을 찾아뵙
다가 마침 대혜 종고(大慧宗杲:1089~1163,임제종 양기파)선사가
광인사(廣因寺)에 살고 있다 하여 찾아가 그 밑에서 공부하였다.
미광선사가 하루는 대혜선사를 모시고 가다가 물었다.
“저는 이곳에 와서도 철저하게 깨닫지 못했으니 그 병통이 어
디에 있습니까?”
대혜스님이 대답하였다.
“그대의 병은 가장 모진 병이다.세상에서 이름난 의원도 속수
무책이니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다른 사람은 죽어서 살아나
지 못하는데,그대는 살아 있을 줄만 알지 아직 죽어 본 적이 없
기 때문이다.크나큰 안락의 땅에 도달하려면 한번은 죽어야만 하
는 것이다.”
미광선사가 더욱 의심이 생겨 방장실에 들어가니 대혜선사가
물었다.
“죽은 먹었는가?발우는 씻었는가?약을 먹느라 가리는 음식
[藥忌]일랑 집어치우고 한마디 던져 보아라.”
미광선사가 “찢어 버렸습니다”하자,대혜선사가 엄한 기세로
악!하고 할(喝)을 하고는 “그대는 또 와서 선을 이야기할 참이
냐!”하니,미광선사는 여기서 크게 깨달았다.
대혜선사는 북을 쳐서 대중을 모아놓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