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P. 126
126 인천보감
았는데 그때도 전혀 불만이 없었고 오직 서방정토에 돌아가기를
염하였다.공은 또 연경정토원기(延慶淨土院記) 를 지었는데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여래께서 9품을 설하셨을 때에도 지성으로 하는 자를 상상
품으로 삼으셨고,지자(智者)대사가 10론(十論) 을 지을 때도
빈틈없이 얽힌 의심을 깨부수라 하셨다.얽힌 것이 풀리면 정
식(情識)이 흩어져 지(智)가 나타난다.그렇게 되면 미타정토의
경계를 다른 데서 구할 것이 없으니 마치 맑은 거울을 보면
자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또 이렇게도 말하였다.
“마치 맑고 깨끗한 둥근 달이 그림자를 모든 물속에 드리우
되 그 바탕은 둘이 아니고,물결대로 흩어지는 것을 거두어
한곳으로 돌아오게 하듯 시방세계를 한곳으로 모은다.또한
거울 열 개를 빙 둘러 쳐 놓고 가운데 등불 하나를 켜 둔 것
과 같아서 등불의 모습이 거울 속에서 교차되어 동서를 가릴
수가 없으나 반드시 제자리는 있는 것이다.그러나 서쪽은 원
래 서쪽이 아니고 각각 비춰지는 영상에 따라 자리가 뒤섞이
니 보이는 경계를 뉘라서 집착할 수 있겠는가.번뇌 속에 살
며 한쪽 방향에만 집착하는 견해로 어찌 여래의 걸림 없는 경
계를 헤아릴 수 있겠는가.”
혜인(慧因)법사는 이렇게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