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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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가 많은 것으로는 아마도 전당(錢塘)이 으뜸가는데 그
중에는 도력과 덕성,재주와 지혜가 있는 분과 망령되고 옹졸
하며,잔꾀나 부리고 거짓되게 사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어서
그들을 일률적으로 부르기가 어렵다.그래서 승직에 승정(僧
正)과 부승정(副僧正)을 두고,그밖에 별도로 도승정(都僧正)한
사람을 보충하였다.그리하여 장부나 문서관리,또는 쫓아다니
며 손님을 맞이하는 수고는 전적으로 부승정 이하에게 맡기고
도사는 중요한 일만을 맡게 하였으니 실로 수행과 깨달음이
대중의 표상이 되기 때문이다.”
법사는 용모와 행동이 단정하고 조용하였으며 쓸데없는 물건을
쌓아 두지 않았다.밤에 도둑이 그의 방에 들었는데 입었던 옷을
벗어 주고 샛길로 도망치게 하였다.그 자리에 있은 지 얼마 안
되어 사람 만나는 일이 귀찮아서 초당에 돌아가 은거하였는데 여
섯 가지 필수품[六事:3의와 발우,방석,물병]만이 몸에 딸려 왔을
뿐이었다.
입적하면서 소동파가 도착하거든 관 뚜껑을 닫으라고 미리 유
언을 남겼다.소동파가 나흘 만에야 산에 도착하여 스님이 산 사
람처럼 단정히 앉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마는 그때까지도 따뜻
하였다.마침내 절구(絶句)3수를 지어 그를 조곡(弔哭)하였다.
그대가 남긴 자취를 찾고자
굳이 옷을 적시며 찾아왔네
본래 그대로가 태어남이 없는데
없어짐이 있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