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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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인천보감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살펴보아야 하니 남이 대신해 줄 수가
없는 것이다.그런 중에 혹시 인연을 보아 내어 스스로에게
기뻐하며 들어갈 곳이 생겼거든 얼른 방장실에 들어와서 털어
놓고 옳은지 그른지,얕은지 깊은지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아
직 밝혀 내지 못했거든 무엇보다도 우선 쉬어 버려라.그러면
도는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고생고생 달려가며 구하면 도리
어 미혹과 번민만 더하게 된다.이것은 말을 떠난 도리이니
요는 스스로가 긍정하는 데 있는 것이지 남에게 의지해서 깨
닫는 것이 아니다.이렇게 밝혀 내는 것을 무량겁으로부터 내
려오는 생사의 근본을 확실히 통달했다고 말한다.
만약 말 떠난 도리를 볼 수 있다면 성색과 언어,시비 등
모두가 전혀 다른 법이 아님을 보게 된다.그러나 말 떠난 도
리를 보지 못하면 눈앞의 차별된 인연을 비슷하게 이해한 것
으로 도를 얻었다고 생각한다.이런 사람은 오직 눈앞에 전개
되는 헛그림자를 오인하여 자기도 모르게 쓸데없는 법을 만들
어 놓고 머리끝까지 자만에 차서 심력을 헛되이 써 버릴까 걱
정인 것이다.그러므로 밤낮으로 자신을 이기고 행주좌와에
정성껏 관찰하여 미세한 곳까지 자세히 살피면 별로 마음을
쓰지 않아도 자연히 도에 들어가는 길이 열린다.이것은 하루
아침 하루 저녁에 배워서 이루어지는 공부가 아니다.만일 이
와 같이 치밀하게 참구하지 못한다면 경 읽고 절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니,그것이 마구 불법을 비방하는 것보
다는 나은 일이다.이렇게 늙은 시절을 보낼 수 있다면 그 사
람은 아무 일 없는 사람이 되어 아무런 매임이 없으리라고 내
가 감히 장담할 수 있다.이밖에 입실하는 일은 지금부터 초
하루와 보름 이틀만 와 주기를 바란다.” 정강(汀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