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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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습니다.‘우러러보니 앞에 있는 듯
하다가는 홀연히 뒤에 있으시다.’이렇듯 그의 입신이 탁월하긴
했으나 결국은 공자의 그림자도 잡지 못했습니다.그래서 공자는
분명하게 털어놓고 여러 제자에게 말씀하기를 ‘제자들아,너희들
은 내가 무엇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나는 아무것도 감춘
것이 없느니라.나는 모든 행동에서 너희들과 함께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제자들이여,이것이 나 공구(孔丘)다’라고 하였습니다.이
렇게 볼 때 공자는 한번도 제자들을 피한 적이 없는데도 제자들
스스로 잘못된 것이었습니다.지난날 장상영(張商英)승상도 정작
불교를 배우고 나서야 유교를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황제가 자신의 생각도 그렇다고 하면서,장자와 노자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니 스님이 말하였다.
“이 사람들은 불법에서는 소승인 성문(聲聞)일 뿐입니다.소승
은 몸을 감옥이나 형틀같이 생각하여 싫어하고 지혜를 잡독으로
여겨 멀리합니다.그리하여 불 속에 몸을 태워 무위(無爲)의 경지
에 들어가니 이것이 바로 장자가 말한 ‘몸은 본래 고목같이 만들
수 있고 마음은 본래 꺼진 재처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황제는 마음에 꼭 맞는 말이라 하였다. 주대록(奏對錄)
66.파초와 대나무를 벗삼아/가구(可久)스님
고승 가구(可久)는 전당(錢塘)사람이다.강원을 두루 다녀 천태
의 종지를 깊이 터득하고,그 뒤 상부사(祥符寺)에 살았다.스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