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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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에 속하지 않는다.그러므로 움직이면[動]번뇌 경계에 빠지고
            고요하면[靜]어둡고 몽롱한 곳에 가라앉는다.또한 움직임과 고

            요함을 다 없애면 아무것도 없는 데 떨어지고 움직임과 고요함을
            다 받아들이면 불성을 더럽히게 된다.그러니 경계를 마주할 때
            굳이 마른나무나 꺼진 재처럼 할 필요가 있겠는가.마치 거울에

            물건을 비춰도 거울 빛이 어지러워지지 않듯,새가 공중을 날되
            하늘색을 더럽히지 않듯,그저 상황에 임해서 타당함을 잃지 않고
            응용하면 되는 것이다.그러므로 말하기를 ‘시방에 그림자가 없고

            3계에 발자취가 끊겼으며 가고 오는 테두리에 떨어지지 않고 중
            간에 있다는 생각에 머무르지도 않는다.이는 마치 힘센 장사가
            팔꿈치를 펼 때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사자가 거닐 때

            짝을 짓지 않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하늘을 가리운 것이 없는데 무슨 뚫고 통과할 것이 있는가.한

            줄기 빛은 이제껏 어두운 적이 없었으니 여기에 이르러서는 그
            바탕[體]은 적적하되 항상 밝게 빛나며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이
            가없다.원각(圓覺)의 빛 속에서 움직이지 않으면서 하늘땅을 삼키

            고 불살라서 다시 비춘다.” 전등(傳燈)




               69.불상이 허물어져도/문로공(文潞公)



               문로공(文潞公)이 낙양(洛陽)에 있을 때 한번은 재를 올리러 용
            안사(龍安寺)에 가서 불상을 우러러보고 예불을 드렸다.하루는 홀
            연히 불상이 허물어져 땅에 떨어지니 공이 그것을 보고 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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