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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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다.첫째는 땔감을 절약하고 둘째는 뫼구덩이 파는 일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니,손놓고 그냥 떠나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누가 내 마음 알아줄까.선자(船子)화상*이로다.그 높은 풍모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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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이어지기 어려워 어부가 한 곡조를 부르는 이 없구나.”
그리고는 마침내 청룡강(靑龍江)으로 가서 나무판을 타고 배돛
대를 친 다음 먼 곳으로 떠나가 죽었다. 보등(普燈)
71.정토를 눈앞에 보다/우(愚)법사
우(法鑑恭愚)법사(法師)는 가화(嘉禾)사람으로 유학(儒學)을 버
리고 불법에 귀의하였다.각고의 노력으로 정진하기 30년에 더욱
더 수행에 힘써 하루도 그만둔 적이 없었다.일찍이 도잠(道潛),
칙장(則章)두 스님과 도반이 되었는데 도잠스님은 시를 잘해서
명예를 가까이했으나 칙장스님과 법사는 빛을 감추고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으며 오직 자기 일에만 힘썼다.그러던 중에
칙장스님이 먼저 죽고 우법사도 입적할 때가 되자 대중에게 말하
였다.
“내 꿈에 신선이 나타나 알려주기를 ‘그대 도반인 칙장스님은
보현보살의 원행삼매(願行三昧)를 얻어 이미 정토에 가서 났다.그
곳에서 그대를 기다린 지 오래되는데 어찌 머뭇거리는가’라고 하
였다.이어서 정토의 거룩한 모습과 여러 가지 꽃이며 음악이 모
*선자 덕성(船子德誠):당나라 약산 유엄스님의 제자.화정에 배를 띄우고 오
가는 사람을 건네주다가 협산 선회스님에게 법을 전하고 배를 뒤집어 물속에
자취를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