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8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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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였다.
               이에 선사는 서울 천녕사(天寧寺)로 원오 극근(圓悟克勤:1063

            ~1135)스님을 찾아갔는데 원오스님은 마침 법좌에 올라 거량법
            문을 하고 있었다.
               “한 스님이 운문(雲門文偃)스님께 묻기를 ‘무엇이 모든 부처님

            들의 몸이 나오신 곳입니까?’라고 하니 운문스님께서 ‘동산(東山)
            이 물위로 간다’라고 하셨는데 만약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그에게 ‘훈풍이 남쪽에서 불어오니 전각에 서늘한 기운이 돈다’라

            고 대답하겠다.”
               선사는 여기서 홀연히 앞뒤가 다 끊겼다.그리하여 움직임[動
            相]은 생겨나지 않았으나 도리어 깨끗하여 아무것도 없는 경계[淨

            顆顆處]에 빠지게 되었다.선사가 방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원오스
            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가 이런 경계에 도달한 것도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그
            러나 아깝구나!죽기만 했지 다시 살아나지 못하니.화두[語句]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 큰 병이로다.듣지 못했는가.깎아지른 낭떠

            러지에서 손을 놓고 스스로 긍정해야 맨 끝에 다시 살아난다는
            말을.이렇게 되면 그대를 속일 수 없으니 이런 도리가 있다는 것

            을 믿어야 한다.”
               한번은 방장실[東山五祖法演의 처소]에서 원오스님이 묻기를
            “있다는 말[有句]과 없다는 말[無句]이 등덩굴이 나무에 기대 있는

            것과 같으니 입을 열고 말을 했다 하면 틀립니다”라고 한 일이 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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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혜어록에는 이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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