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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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대혜 종고선사의 행적
대혜 종고(大慧宗杲:1088~1163)선사가 담당 문준(湛堂文準:
1061~1115)스님을 찾아가니 문준스님은 도에 들어가는 지름길을
가르쳐 주었다.그러나 선사가 제멋대로 생각하며 물러섬이 없자
문준스님은 “그대가 깨닫지 못하는 것은 알음알이로 이해하려는
데 병통이 있기 때문인데 이것이 바로 소지장(所知障)이라는 것이
다”라고 꾸짖었다.
당시 뛰어난 선비였던 이상노(李商老)가 문준스님을 찾아뵙고
도를 묻고 있었는데 마침 선사가 이런 말을 하였다.
“도는 신령하게 깨달아야 하며 그 묘는 마음을 비우는 데 있
다.이를 체험하는 데에는 총명함이 필요치 않고 이를 얻는 데는
보고 들음을 훌쩍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자 이상노가 무릎을 치고 감탄하며 “어찌 사고(四庫)의 책
을 다 읽고 나서야 학문을 했다고 하겠는가”라고 하였으며,이 일
로 두 사람은 도반이 되었다.
문준스님이 입적하자 선사는 승상 무진거사(無盡居士,張商英
:1043~1121)를 찾아가 문준스님의 탑명(塔銘)을 부탁하였다.공
은 평소 선공부를 했다고 자부하고 있어서 대단한 지견을 갖춘
사람이 아니고는 감히 그의 문턱을 오르지도 못했다.선사는 그를
만나 대화하는데 탁월하면서도 여유가 있었다.공이 이를 보고는
“자네의 선은 격식을 넘어섰네”라고 칭찬을 하니,선사가 “그래도
스스로는 긍정하지 못하겠는 데야 어떻게 합니까”라고 하자,공이
“그대는 천근(川勤:원오 극근)스님을 만나 보면 될 것 같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