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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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사가 하루는 손님과 함께 저녁밥을 먹는데 젓가락을 손에 잡
            고도 먹는 것을 잊고 있으니 원오스님이 웃으며 손님에게 말하였

            다.
               “저놈은 회양목선(黃楊木禪:꼭 막혀 융통성 없이 선공부 하는 것
            을 잘 자라나지 않고 딱딱한 회양목에 비유한 말)을 참구해 터득했다

            오.”
               대혜선사가 분개하며 물었다.
               “스님께서는 지난번 오조스님께 ‘등덩굴이 나무에 기대 있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는데 오조스님께서는 무어라 대답하셨습니
            까?”
               “‘ 묘사하려 해도 묘사할 수 없고 그림으로 그리려 해도 그릴

            수 없다’고 하셨다.그래서 또 묻기를,‘나무도 자빠지고 덩굴도
            말라 버리면 있다 없다 하는 그 말은 어디로 돌아갑니까?’라고 하

            니 오조스님은 ‘서로 따라오느니라’하셨다.”
               선사는 여기서 “나는 알았다!”라고 외쳤다.이때부터 마음이 확
            트여 응어리지고 막히는 곳이 없었다.그 후 얼마 안 되어 길을

            떠나 강서지방을 가다가 대제(待制)한자창(韓子蒼)을 만나 유학과
            불학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는데,한자창이 깊이 탄복하여 선사는

            그의 서재에 반년을 묵게 되었다.새벽에 일어나 서로 인사하는
            외에 때가 아니면 강론을 허락하지 않았으며,길을 가는 데 선후
            를 사양하는 일이 없고 앉을 때에도 주인자리 손님자리를 따지지



              “매일 방장실에 들어가 ‘있다는 말과 없다는 말이 등덩굴이 나무에 기대 있
              는 것과 같다’함을 거량하고서,내가(대혜)대답하려고 입만 열면 원오스님
              은 틀렸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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