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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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나를 위해 3년 동안 창고 소임[庫事]을 맡아보면 그대
에게 말해 주겠다.”
본여법사는 공경히 그 명을 받들다가 3년이 지나자 이제는 말
씀해 주십사 하고 다시 청하였다.법지존자가 큰소리로 “본여야!”
하고 부르자 그 한 소리에 홀연히 깨닫고는 송을 지었다.
곳곳에서 돌아갈 길 만나고
곳곳마다 그곳이 고향일세
본래 다 완성되어 드러나는 것을
하필 사량을 기다리랴.
處處逢歸路 頭頭是故鄕
本來成見事 何必待思量 교행록(敎行錄)
78.돌배나무의 무위(無爲)를 본받다/사암 엄(樝庵嚴)법사
사암 엄(樝庵嚴:1020~1101)법사는 경시(經試)를 거쳐서 출가
하여 동산 신조(東山神照)선사에게 귀의하였다.신조선사는 큰그릇
이라고 여겨 “우리 종문에 사람을 얻었으니 앞으로 종문이 실추
되지 않겠구나”하면서 그를 윗자리에 앉혔다.
법사는 단지 경을 강하는 것만을 제일로 치지 않고,말을 하거
나 묵묵히 있거나,모든 처신을 반드시 법도에 맞게 하였다.당시
법진(法眞)스님이 지관(止觀)의 부사의경(不思議境)을 물으니 법사
는 이렇게 말하였다.
“만법은 오직 한마음일 뿐이어서 마음 밖에 별다른 법이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