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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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근(佛鑑慧懃)선사에게 귀의해서 공부하였다.대중에 섞여 살며
            법을 묻곤 하였는데,까마득하여 아무것도 깨달은 바가 없자 갑자

            기 탄식하며 말하였다.
               “내가 이 생에서 철저하게 깨닫지 못한다면 맹세코 이불을 펴
            지 않겠다.”

               이에 49일 동안을 노주(露柱)에 기댄 채 맨땅 위에 서 있었는
            데,마치 부모상을 당한 사람과 같았다.
               한번은 불감선사가 상당하여 “삼라만상이 모두 한 법에서 도장

            찍히듯 나온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순선사는 그 말끝에 단박 깨
            달았다.그리하여 불감선사를 찾아가 만나니 불감선사가 말하기를
            “아깝다!한 알의 밝은 구슬을 이 지랄병 든 놈이 주웠구나”라고

            하였다.
               원오 극근(圓悟克勤)선사는 이 이야기를 듣고는 그가 아직 그

            런 경지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의심하였다.그리하여 “내가
            꼭 시험해 봐야겠다”하고는 사람을 시켜 그를 불렀다.한번은 같
            이 산에 갔다가 깊은 못에까지 오게 되었는데 원오선사가 순선사

            를 물속에 떠밀어 넣고는 대뜸 물었다.
               “우두(牛頭法融)스님이 4조(四祖道信)를 만나지 않았을 때는 어

            땠는가?”
               순선사가 허우적대면서 말하였다.
               “못이 깊으니 고기가 모입니다.”

               “ 만난 뒤에는 어땠는가?”
               “ 나무가 높으니 바람을 부릅니다.”
               “ 만나지 않았을 때와 만난 뒤에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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