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0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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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천 명을 넘어 얼마 안 되서 창고가 바닥이 났다.그리하여 대
            중은 갈팡질팡하고 대혜선사도 어쩔 줄 몰라 했다.이에 굉지선사

            가 쌓아 두었던 물건을 모조리 꺼내서 도와주니 모든 대중이 구
            제를 받았다.대혜선사는 굉지선사를 찾아가 “고불(古佛)이 아니면
            어떻게 이와 같은 역량이 있겠습니까?”하며 감사하였다.

               하루는 대혜선사가 굉지선사의 손을 잡고 말하였다.
               “우리 두 사람 다 늙었소.그대가 부르면 내가 대답하고 내가
            부르면 그대가 대답하다가 하루아침 먼저 갑자기 죽는 사람이 있

            게 되면 남아 있는 사람이 장례를 치러 주도록 합시다.”
               그 이듬해 굉지선사가 입적하니 대혜선사가 마침내 상을 주관
            하여 그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설창잡기(雪牕雜記)




               93.조금만치의 게으름도 용납 않다/원각사 자(慈)법사



               원각사(圓覺寺)의 자(慈:원각 온다)법사는 이론과 수행을 겸비

            한 사람으로 학인들의 존경을 받았다.동액사(東掖寺)에 주지 자리
            가 비어 있어 능(能)법사와 문(文)법사 두 사람이 주지로 천거하여
            자법사가 그곳으로 가자 법석이 크게 성하였다.몹시 더운 여름에

            강론을 마치고 방장으로 돌아와 누워서 쉬고 있는데 마침 문법사
            가 찾아와 말하였다.

               “동액사 도량은 대대로 도가 높은 사람이 주지해 왔소.강을
            마치고 나서는 참실(懺室)에 있지 않으면 선당(禪堂)에 있었지 누
            워서 멋대로 하는 사람은 이제껏 없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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