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1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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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법사가 듣고는 “어찌 감히 명을 따르지 않겠습니까?”하고
그 뒤로는 아주 추운 겨울이나 아주 더운 여름이나 조금이라도
게을리하는 일이 없었다. 초암록(草庵錄)
94.관음보살의 응화/마조(馬祖)선사
남악 양(南嶽懷讓)스님이 육조를 찾아뵈었을 때 육조가 반야다
라(般若多羅:?~457,중인도 스님)의 예언을 소개하면서,그대(회양)
의 한 가닥 불법이 그대 곁에서 떠나면 이 다음에 망아지 한 마리
가 나와서 천하 사람들을 밟아 버릴 것이라고 하였다.마조(馬祖
道一)선사가 바로 그 사람이다.마조선사가 84명의 선지식을 배출
하였으므로 세상 사람들이 그를 관음보살의 응화라고 하였으며
그가 주지하는 절은 모두 왕이나 대신들이 바친 것이었다.
그곳에 20년 동안 원주를 맡아 오던 사람이 있었는데 절 살림
을 관리하면서 문서를 남기지 않았다.그런데 하루는 관리가 조사
를 하는 통에 옥에 갇히게 되었다.그래서 그는 ‘우리 스님은 범
부인지 성인인지 모르겠다.20년을 그를 도왔는데 오늘날 이렇게
고통스러운 과보를 받게 되다니……’라고 생각하였다.마조선사는
절 안에서 그 일을 알고 시자에게 향을 사르게 한 다음 단정히 정
(定)에 들었다.그러자 원주는 옥중에서 홀연히 마음이 열려 20년
동안 써 온 돈과 물건을 한꺼번에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그리하
여 서기에게 명하여 입으로 말하는 것을 받아 적게 하니 계산이
틀림없었다. 통명집(通明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