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4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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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인천보감


               하루는 우연히 도끼로 나무를 찍다가 나무가 땅에 자빠지는 것
            을 보고 홀연히 크게 깨쳐 평소 가슴에 막혀 있던 것이 얼음 녹듯

            녹아 없어졌다.
               얼마 있다가 강주(江州)원통사(圓通寺)에 주지를 맡으라는 명
            이 있자 선사는 자신의 도가 이제 세상에 펼쳐지려 한다며 즐거

            이 주장자를 끌고 떠나가서 법좌에 올라가 설법하였다.
               “나는 여기서 약방을 연 것이 아니라 오직 죽은 고양이를 팔
            뿐이다.몇 사람이나 사량분별하지 않는 사람이 나와 이 독약을

            먹고 온몸에 식은땀을 흘릴지 모르겠다.” 대동습유(大同拾遺)




               98.산 감자 구워먹는 풍모/은산(隱山)선사



               은산(隱山)선사가 영공(靈空)선사에게 편지를 보내 말하였다.


                  “사문이 고상한 것은 부처님의 큰 자비 덕분인데 후세에 와

                서 시끄러워진 것은 스스로가 비천하게 굴기 때문이다.둘씩
                셋씩 짝을 지어 산 속에 나타났다가는 사라지는데 그 모양이
                마치 천태산 바위동굴과 다를 바가 없고,빈번히 왕공재상들
                앞에 가서 꼽추처럼 등을 구부리고 아첨을 하니 뜻 있는 사람
                이라면 말문이 막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근년에 와서는 똥불에 산 감자를 구워먹고 살면서 사신이
                와도 일어나 인사하지 않았던 옛 분의 풍모는 아예 볼 수 없
                거니와 황소를 타고 다닌 유정(惟政)스님이나 지암주(志庵主)
                같은 사람 한 분을 찾기가 마치 땅을 파면서 하늘을 찾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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