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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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릴 뿐,자기 일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매계집(梅溪集)


               97.죽은 고양이를 팔다/간당 기(簡堂機)선사




               간당 기(簡堂行機)선사는 태주(台州)선거현(仙居縣)사람으로
            양씨(楊氏)집안의 자손이다.풍채가 남달랐으며 재주는 유림(儒林)
            을 압도하였다.스물다섯에 처자를 버리고 출세간법을 배웠는데,
            늦게 차암 원(此庵景元)선사를 만나 남모르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세상에 나와 완산사(莞山寺)에 주지하였는데 산전을 갈아 화전을
            일구면서 17년을 혼자 살았다.그때 게송을 하나 지었다.



                  질화로에는 불티 하나 없고
                  객승의 바랑은 텅 비었는데
                  저무는 해에 눈은 버들꽃처럼 내리는구나

                  동강난 삼오라기를 주워 누더기를 꿰매면서도
                  내 몸이 쓸쓸한 데 있는지를 모르겠구나.
                  地爐無火客囊空 雪似楊花落歲窮
                  拾得斷麻穿壞衲 不知身在寂廖中



               선사는 늘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아직도 모자라는 점이 있는데 어떻게 주지하는 일로 내

            본분을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도에 대한 마음이 대중 속에 있을 때보다 조금도 덜
            함이 없었으며 조금도 그만두는 일이 없이 밤낮으로 참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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