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0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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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를 무시해 버리고 세월을 허송하며 신도들의 시주만 부질없이
없앤다.이런 사람들은 모두 출가의 본뜻[正因]을 잊고 불법의 인
과를 모르며,3승 12분교를 이해하지 못하고 일체법이 모두 공한
이치를 통달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그리하여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 하고 깨치지 못한 것을 깨쳤다 하여 귀족이나 권세
가에게 아첨하면서 세상일에만 신경 쓴다.법을 위하는 마음이나
몸가짐이라고는 전혀 없고 오로지 탐욕과 성내는 마음으로 허물
만 짓는다.이러한 무리들이 우리 법에 들어와 불법을 무너뜨리니
매우 해로운 일이다.부처님 말씀에,사자의 몸 속에 있는 벌레가
사자의 살을 파먹는 것과 같아서 외도나 천마가 불법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너희들은 이미 바른 생각으로 출가하였고
바른 생각으로 승려가 되었으니 반드시 마도를 멀리 떠나 불도의
계를 지키고 따라야 한다.만일 도를 통한 사람이라면 도무지 그
런 데다 마음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대들은 오랜 겁부터 지금까지 심식(心識)이 어둡고 전도되었
으니 어찌하랴.처음 승려가 되었을 때부터 세 벌 법복과 발우 하
나와 갖가지 계율로 자기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도에 들어갈 수가 있겠느냐.마치 성질이 거친 코끼리나 말은 길
을 들일 수 없다가 갖가지 모진 고통을 주면 비로소 길이 들어 엎
드리는 것과 같다.만일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뒷날 3악도의 고통
이 겹칠 것이니 그때 가서 후회한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무시(無示介諶:1080~1148)선사의 회중에 있을 때 새벽
이면 언제나 선사에게 법을 물었다.선사가 스님네들에게 훈계하
면 나도 꼭 가서 들었는데,입이 쓰도록 대중을 위하는 말씀을 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