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7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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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 지냈다.
철괴(哲魁)라는 습주(隰州)스님이 있었는데 꼿꼿한 사람이었다.
고향이 어디라고 말하지 않고 선사의 회하에 묻혀 지냈는데,10여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가 굉지선사의 고향사람이라는 것이 알
려지게 되었다.굉지선사는 기쁘게 찾아가서,고향사람인데 너무
인정을 끊고 지내는 것이 아니냐며 그를 방장실로 불러들이려 하
였다.그러자 철괴스님은 사양하며 “내 일도 아직 가리지 못했는
데 어찌 고향 예법을 논할 겨를이 있겠습니까?”하고는 주장자를
끌고 떠나 버리니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그는 그 길로 예전에 진
헐스님이 살던 보타암을 찾아가 좌선을 하며 지냈다.한 달 남짓
지나 임종하게 되자 대중을 불러 설법을 하고는 세상을 떠났는데,
다비를 하니 사리가 무수히 나왔다. 설창지기사(雪牕誌其事)
107.구양수가 만난 노승
구양문충공(歐陽文忠公:修)이 숭산(崇山)에 갔을 때였다.마음
닿는 대로 가다가 어느 옛 절에 이르니 경치가 쓸쓸한데 한 노승
이 태연히 경을 읽고 있었다.공이 말을 걸어도 별로 돌아보지도
않았다.공이 물었다.
“옛 고승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대개가 담소하면서 입적하
셨는데 무슨 도리로 그렇게 되었습니까?”
그 스님이 대답하였다.
“정혜(定慧)의 힘으로 그렇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