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0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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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일하면 그뿐입니다.’나는 이 말이 극진한 도리라고 생각하며
매우 기뻐한다.만약 식견 없는 사람과 이야기했다면 땀을 흘리며
세상을 쫓아가야 한다고 했을 것이니 그것은 납승 본분의 체통을
잃는 일이다.” 자행록(自行錄)
110.묘총(妙總)비구니의 행적
자수사(資壽寺)묘총(妙總:임제종 대혜파)선사는 소씨(蘇氏)이며
원우(元祐:1086~1093)년간에 승상을 지낸 분의 손녀다.열다섯
살 때 선(禪)이 무슨 뜻인지는 전혀 몰랐으나,사람이 세상을 사는
데 생은 어디서 오며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유독 의심을
냈다.그 생각만 하다가 홀연히 느낀 바 있었으나 스스로 별것 아
니라 여기고,사람이면 다 그런 줄 알고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
았다.부모의 명을 순종하여 서서(西徐)의 허수원(許壽源)에게 시
집갔는데 얼마 안 되서 세상살이가 매우 싫어졌다.재계하고 몸가
짐을 깨끗이 함으로써 자족했으며,나아가 세속 바깥에 높이 노닐
고자 하였다.뜻을 세워 옛사람을 흠모하고 마침내 천엄사(薦嚴寺)
의 원(圓)선사를 찾아뵈니 원선사가 물었다.
“규중의 숙녀가 어떻게 대장부의 일에 끼겠는가?”
“ 불법에서 남녀 등의 모습을 나눕니까?”
원선사가 따져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하니 마음이 부처라고 하였는데,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