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2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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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인천보감
“틀렸다.”
진헐선사가 대뜸 악!하고 할(喝)을 하자 묘총도 할을 하였다.
묘총은 강절(江浙)지방의 큰스님들을 거의 다 찾아뵙고 법을
묻다가 허수원(許壽源)이 가화(嘉禾)태수로 발령이 나서 따라가게
되었는데,오직 묘희(妙喜)선사를 만나뵙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
다.그때 마침 묘희선사가 풍제천(馮濟川)과 함께 배를 몰고 가화
성에 도착하니 묘총이 소식을 듣고 찾아가 절하고 존경을 표하였
다.인사만 했을 뿐인데 묘희선사는 풍제천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온 도인은 천신도 보고 귀신도 보고 온 사람인데 단지
대장간의 풀무로 담금질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마치 만 섬을 실
은 배가 물을 건널 때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뿐인 것과 같다.”
풍제천이 껄껄 웃으면서 “무슨 말을 그렇게 쉽게 하십니까?”
하자 대혜스님이 말하였다.
“그 사람이 고개를 돌리기만 한다면 분명 다른 점이 있을 것이
다.”
이튿날 허수원이 묘희선사에게 설법을 명하니 묘희선사가 대중
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지금 이 가운데는 어떤 경계를 본 사람이 있다.이 산승은 사
람을 간파할 때 마치 관문을 맡아보는 관리와 같아서 누가 오는
것을 보자마자 세금을 가져왔는지 안 가져왔는지 알아차린다.”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자 묘총이 마침내 법호를 지어 달라
고 하여 묘희선사는 ‘무착(無著)’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다음
해에 경산(徑山:大慧)의 법석이 성하다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가
서 하안거를 보냈는데 하루 저녁은 좌선을 하다가 홀연히 깨닫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