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1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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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스님의 이름을 들어 왔는데 겨우 이런 말씀을 하
십니까?”
“ 덕산스님의 문하에 들어간다면 몽둥이를 맞겠구나.”
“ 스님께서 만일 그러한 법령을 시행한다면 인천의 공양을 헛받
는 것은 아니겠습니다.”
“ 아직 멀었다.”
이에 묘총이 손으로 향로 탁자를 한 번 때리니 원선사가 “향로
탁자가 있으니 마음대로 치라만,없었으면 어찌하였겠나?”하고
물었다.
묘총이 밖으로 나가 버리자 원선사가 부르면서 말하였다.
“그대는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이러는가?”
“ 밝고 밝게 보니 한 물건도 없다.”
“ 그 말은 영가(永嘉玄覺)스님의 말이다.”
“ 남의 말을 빌려서 내 기분을 나타낸들 무엇이 안 될 것이 있
습니까?”
“ 진짜 사자새끼로구나.”
당시 진헐(眞歇淸了)선사가 의흥(宜興)에 암자를 짓고 살고 있
었는데 묘총선사가 그곳을 찾아갔다.진헐선사는 선상에 단정히
앉아 있다가 묘총이 문으로 들어서자 물었다.
“범부인가,성인인가?”
“ 이마에 눈은 무엇 때문에 달려 있소?”
“ 직접 대면해서 자기 경계를 드러내 보이면 어떻겠는가?”
묘총이 좌구를 집어들자 진헐선사가 말하였다.
“이건 묻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