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0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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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소리로 웃었다.그때 마침 단하선사가 그 방문 앞을 지나갔는
            데,밤이 되어 굉지선사가 참문(參問)할 때 단하선사가 물었다.

               “그대는 아까 어째서 크게 웃었는가?”
               “ 한 스님과 화두를 따져 보다가 그의 대답이 너무 서툴러서 웃
            음이 나왔습니다.”

               “ 그렇기는 하더라도 그대의 웃음소리 하나에 많은 좋은 일을
            잃게 되었다.옛말을 듣지 못했느냐?잠시라도 정신이 구도에 있
            지 않으면 죽은 사람과 같다 하였다.”

               굉지선사는 공경히 절하고 승복하였으며,그 후에는 어두운
            방 속에 있을 때라도 감히 한번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설창기(雪
            牕記)




               117.죽는 순간에도 정신 차리고/소각 조(昭覺祖)수좌



               성도(成都)소각사(昭覺寺)의 조수좌(祖首座)는 오랫동안 원오

            (圓悟)선사에게 공부하였다.방장실에 들어가 ‘마음이 부처다’한
            말을 묻고,여기서 깨달은 바 있어 원오스님이 분좌(分座)하도록
            명하였다.

               하루는 대중을 위해 대중방에 들어가 한 스님에게 물었다.
               “생사가 닥쳐오면 어떻게 피하겠느냐?”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자 불자를 집어던지고 갑자기 돌아
            가셨다.대중들이 깜짝 놀라 바라보다가 급히 원오선사에게 알리
            니 원오선사가 와서 “조수좌!”하고 불렀다.조수좌가 다시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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