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3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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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산사 대혜스님은 평소에 어떻게 사람들을 가르치십니까?”
               “ 스님께서는 오직 사람들에게 ‘개에게 불성이 없다’는 화두만

            을 들게 하십니다.여기에는 말을 붙여도 안 되고 이리저리 헤아
            려도 안 됩니다.오직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한 데 대하여
            조주스님이 ‘없다’라고 한 말씀만을 들라 하십니다.오직 이렇게

            학인을 가르칠 뿐입니다.”
               법진은 마침내 크게 믿음이 가서 개 화두[狗字]를 밤낮으로 참
            구하였다.한번은 밤중까지 앉아 있다가 갑자기 깨달은 바 있어

            당장에 게송 몇 수를 지어 대혜스님에게 보냈는데,그 맨 마지막
            송은 다음과 같다.



                  종일토록 경문을 읽으니
                  예전에 알던 사람 만난 듯하네
                  자주 막히는 곳 있다고 말하지 마라

                  한 번 볼 때마다 한 번씩 새로워진다.
                  終日看經文 如逢舊識人
                  莫言頻有石亥 一 擧 一 回 新  어록(語錄)




               121.몸을 잊고 구도하다/신광(神光)스님



               신광(神光)은 자주(磁州)사람으로 마음이 넓고 뜻이 높은 사람
            이었다.유학(儒學)을 하면서 많은 책을 널리 읽었고 현묘한 도리
            를 잘 논하였는데 한번은 이렇게 탄식하였다.

               “공자와 노자의 가르침은 법도와 규범에 관한 것이며 불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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