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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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년에는 분령(分寧)북쪽 천산만학 가운데 담이 무너진 옛 집
            에 은거했다.간혹 납자들이 찾아와서는 모두 고된 일을 힘들어했
            는데도 스님은 한마디도 자상하게 문도들에게 가르쳐 준 일이 없
            었는데,학인들은 스님의 의도를 알지 못했다.그 담담하고도 힘
            겨운 생활을 견딜 수 없어 모두 그곳에서 떠나 버렸다.결국 혼자
            산에 머무르게 되었는데,새벽에 향 피우고 저녁에 등불 밝히며
            법당에 올라 설법하는 일을 늙을 때까지 그만두지 않았고,총림에
            서 하는 법도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용도각 학사(龍圖閣 學士)서희는,대중이 없어도 대중이 있을
            때처럼 처신하니 진짜 산사람이라면서 감탄하였다.돌아가실 즈음
            에 하루 앞서 게송을 남겼다.
                  금년 내 나이 일흔일곱
                  길 떠날 날을 받아야겠기에
                  어젯밤 거북점을 쳐 보니
                  내일 아침이 좋다고 하더라.
                  今年七十七 出行須擇日
                  昨夜報龜哥 報道明朝吉
               서희가 이 게송을 보고 깜짝 놀라서 영원 유청(靈源惟淸)스님
            과 함께 찾아갔더니 이미 입적하셨다. 정강집(汀江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