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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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나태함을 일깨운 입적/법지 지례(法智知禮)존자
법지존자(法智尊者:960~1028)의 법명은 지례(知禮)이다.나이
40이 되면서부터 눕지 않고 늘 앉았으며 문밖을 나가지도 않았으
며 법을 물으러 다니는 일도 모두 그만두었다.하루는 문도들에게
말하였다.
“반 줄의 게송을 보고도 자기 몸을 잊고,한마디 법문을 듣고
도 불 속에 몸을 던진다 하였다.성인들은 법을 위해 이렇게까지
마음을 썼는데,내가 신명을 던져 나태한 이들을 일깨우지 못한다
면 무슨 말을 할 자격이 있겠는가.”
그리고는 도반 열 사람과 3년 결제로 법화삼매(法華三昧)를 닦
고 3년 기한이 되면 함께 몸을 태우자고 하였다.
이때 한림학사(翰林學士)양억(陽億:大年)이 편지를 보내 세상
에 머물러 주기를 간곡히 청하면서,정토를 좋아하고 속세를 싫어
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지기도 하였다.스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종일토록 모든 상(相)을 깨뜨려도 모든 법(法)은 이루어지고,
종일토록 법을 세워도 티끌까지도 다 없어집니다.”
그러자 양억이 다시 물었다.
“보배나무에는 바람이 읊조리고 금빛 도랑에는 파도가 인다고
하니,이것은 어떤 사람의 경계입니까?”
“ 보고 듣고 하는 경계일 뿐 도리는 없습니다.”
“ 법화경과 범망경은 모두 마왕의 설법입니다.”
“ 부처와 마왕과는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양공은 교리를 가지고도 스님을 굴복시킬 수 없고 말로서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