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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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스님께서 일생을 마칠 때까지 마을에서 걸식을 해 와 봉양하
            였다.하루는 스님이 극자스님에게 말하였다.

               “내가 천성사 호태스님에게 도를 얻었는데 만년에 황룡스님을
            뵙고는 도(道)와 행(行)이 겸비함을 마음속으로 존경하여 법제자가
            되었다.그런데 반평생 이런 몹쓸 병에 걸릴 줄이야 어떻게 알았

            겠나.그러나 지금은 다행히 그 죄값을 다 갚았다.옛날 신선들은
            흔히 몹쓸 병으로 신선도를 얻었으니,그것은 아마도 티끌세상의
            얽매임을 잘라 버리고 허유(許由)와 소부(巢父)*의 풍모를 마음에
                                                        1 )
            품었기에 전화위복이 된 것이 아니겠느냐.나도 이 몹쓸 병에 걸
            리지 않았으면 어찌 오늘이 있겠느냐.이제는 머무름도 떠남도 내
            게 달려 있어 머무르고 떠남에 모두 자유롭게 되었다.”

               마침내 큰 기침을 한 번 하고 묵묵히 있다가 세상을 떠났다.
            화장을 하니 신비한 향기가 들판에 가득하고 사리가 수없이 나왔

            다. 주봉록(舟峯錄)




               17.석란문(釋難文)/희안(希顔)수좌


               희안(希顔)수좌는 자(字)가 성도(聖徒)이며 강직하고 과감한 성

            격이었다.불법은 물론 다른 학문까지도 통달하였으며 품격과 절
            도로 스스로를 지켰다.행각을 마치고 옛 초막에 돌아와 숨어살면


            *허유와 소부:요(堯)임금이 허유에게 왕의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하니,허유
              는 더럽다 하여 거절하고 영수(穎水)의 양지쪽에 있는 소부를 찾아가 그 이
              야기를 하였다.그러자 소부는 귀가 더럽혀졌다 하여 물가에 가서 귀를 씻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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