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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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몸가짐이나 대중을 거느리는 모든 일에 법도가 있었다.
그런 까닭에 스님의 법석은 절강성(浙江省)서쪽에서 가장 모범적
이었다.스님은 문도들에게 늘 이렇게 말하였다.
“하루 스물네 시간 행주좌와(行住坐臥)하는 4위의 가운데에서
지켜야 할 법문이 있으니,부처님이 말씀하신 대로 마음을 참구하
지 않는다면 무엇을 하든지 모조리 마업(魔業)이 되어버린다.우선
발우를 펼 때만 해도,광야의 귀신들이 항상 주림을 느끼다가 스
님네들이 부딪치는 발우소리를 헛듣고 주림과 불길이 더해져서
고통이 배가하게 된다.그런 까닭에 부처님께서는 ‘반드시 몸과
마음을 고요히 하고 난 다음에 밥을 받고 나누어 먹어라’고 이르
셨다.그러므로 백장스님의 청규(淸規)에도 발우 씻은 물을 버리면
서 하는 축원이 있으니 ‘옴 마휴라 사바하’가 그것이다.백장선사
는 오직 마음[心印]만을 전하는 분인데도 오히려 세세한 행을 지
켰는데,하물며 계율의 가르침까지 겸수하신 우리 스님이야 더 말
할 것이 있으랴.
나아가 목욕을 할 때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옛날 한 비
구가 목욕을 하면서 장난치고 웃고 하다가 바른 생각[正念]을 잃
어 뒷날 끓는 물이 튀어오르는 업보를 받은 일이 있다.그러므로
옛 성인들께서는 마음을 잡아매어 관찰하게 하고 늘 다음과 같은
발원문을 하게 하였다.‘내 이제 육신을 씻으며 발원합니다.중생
들의 심신에 때가 없어져 안팎으로 빛나고 깨끗하게 하여 주십시
오’라고.
우선은 이 두 가지 예만 들었지만 다른 일도 다 이와 같다.그
러니 일상생활에 조심조심 노력하며 물러서서 돌이켜보고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