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P. 49

49


                이다.이렇게 볼 때 나도 외람되게 승려의 대열에 끼어 불도
                에 누를 끼치고 있는데 하물며 네가 하겠다는 것이냐?
                  출가해서 승려가 되어 3승 12분교와 주공 공자(周公孔子)의
                도를 모른다면,그는 인과에도 어두울뿐더러 자기 성품도 알

                지 못한 사람이다.농사짓는 수고도 모르고,신도들의 시주를
                받기 어려운 줄을 생각지도 않는다.그리하여 함부로 술 마시
                고 고기 먹으며,재계(齋戒)를 파하고 범하여 장사를 차리고
                앉아 부처를 팔아먹는다.도둑질,간음,노름으로 절집을 떠들
                썩하게 하고 큰 수레를 타고 드나들면서 자기 한 몸만을 아낄

                뿐이니,슬픈 일이다.여섯 자 몸뚱아리는 있어도 지혜가 없는
                이를 부처님께서는 바보중이라 하셨다.세 치 혀는 있어도 설
                법하지 못하는 사람을 부처님께서는 벙어리 염소중이라 하셨
                다.또한 승려 같으나 승려도 아니고 속인 같으면서 속인도

                아닌 사람을 박쥐중,또는 민머리 거사라고 하셨다.그러므로

                 능엄경(楞嚴經)에 이르시기를 “어찌하여 도적이 내 옷을 빌
                려 입고 여래를 마구 팔아 온갖 죄업을 짓는가” 하였으니,
                “이런 이들은 세상을 제도하는 나룻배가 아니라 지옥의 씨앗
                으로서 설사 미륵이 하생할 때가 되어 머리를 내밀고 나올 수
                있다 해도 몸은 이미 소우리 안에 빠져 온갖 형벌의 아픔이

                하루아침 하룻저녁이 아닐 것이다”하였다.지금 이런 자들이
                백천,혹은 만이나 되는데,겉으로 승려의 옷만 걸쳤을 뿐,그
                속을 까놓고 말해 보면 승려라 할 수 없다.그것이 소위 솔개
                의 날개를 달고 봉 울음을 운다 하는 것이다.이들은 길에 굴

                러다니는 돌이지 옥(玉)은 아니며,풀무더기 속에 우거진 쑥대
                지 설산(雪山)의 인초(忍草)는 아니다.
                  나라에서 승려에게 도첩(度牒)을 주는 것은 본래 복을 빌게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